시장분석·1호 · 2026년 10월 2일
자산이 16배 늘어나는 동안 통장에는 1,728만원이 남았다
8개 사업연도 중 다섯 해가 영업흑자였고, 7년을 합친 누적 순손실이 1,593만원이었다. 사실상 본전이다. 같은 회사의 마지막 해 보통예금 잔액은 1,728만원이었다. 어느 AI 연구개발기업의 결산서 8년치를 그대로 열어 보았다.
16배
8년 동안 늘어난 자산
1,728만원
마지막 해 보통예금 잔액
37.3억
걷어내고 다시 센 7년 누적 손실
자산은 16배, 현금은 그대로
자산총계와 그중 재고·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8개 사업연도 중 다섯 해가 영업흑자였고, 7년을 합친 누적 순손실이 1,593만원이었다. 사실상 본전이다. 은행도 투자자도 이 표를 보면 「크게 벌지는 못했지만 버티는 회사」로 읽었다.
같은 회사의 2024년 말 보통예금 잔액은 1,728만원이었다.
8년 동안 매출은 2.85억에서 17.5억으로 6배, 자산은 2.5억에서 40.9억으로 16배 늘었다. 자산이 16배 늘어나는 동안 현금은 남지 않았다. 아래는 그 한 문장을 설명하는 글이다.
회사명과 거래처명은 밝히지 않는다. 자료는 회사가 보관하던 제4기(2017년)~제11기(2024년) 결산서와 내부 자료이며,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주석이 없다. 이 글은 감사의견이 아니라 숫자끼리 앞뒤가 맞는지 대조한 결과다.
두 칸 위에 서 있던 장부
8년 내내 재고자산과 개발비의 합계가 자산총계의 78~96%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95.9%다. 바꿔 말하면 이 회사의 자산은 거의 전부가 그 두 칸이었다.
눈에 먼저 걸리는 것은 매출총이익률이다. 용역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8년 평균 90%, 2022년에는 98.6%까지 올라간다. 매출 11.2억을 올리는 데 든 원가가 1,590만원이라는 뜻이다.
원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원가가 다른 칸에 있었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가 전액 판매비와관리비로 들어갔고, 매출원가 칸에는 외주 매입분만 남았다. 계약을 이행하는 데 실제로 들어간 사람 값이 매출원가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 계약이 남는 장사인지 아닌지가 재무제표에서 사라진다.
첫 번째 축 — 움직이지 않는 재고
증가액이 딱 떨어진다. 2020년 증가액은 원 단위까지 410,000,000원이다. 2018년은 68,540,000원이다. 실물 재고를 세어 평가한 금액이 0으로 끝나는 일은 없다. 세어서 나온 값이 아니라 분개로 만들어진 값이다.
3년 동안 1원도 움직이지 않았다. 2022·2023·2024년 말 잔액이 1,445,255,305원으로 원 단위까지 같다. 그 3년 동안 회사는 매출 50억을 올렸다. 팔지도, 폐기하지도, 평가손실을 잡지도 않은 재고다.
그리고 손익계산서는 재고가 없다고 말한다. 같은 결산서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8개 사업연도 전부 「기초제품재고액 0 / 기말제품재고액 0」이다. 재무상태표에는 14.45억의 재고가 있는데 손익계산서는 제품재고가 한 푼도 없다고 적고 있다.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주석이 없어도 증명된다 — 이 재고는 손익계산 과정에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
두 번째 축 — 상각하지 않는 개발비
개발비는 2021년에 처음 등장해 4년 만에 24.8억이 되었다. 2024년 말 자산총계의 60.6%다. 그런데 8년 동안 1원도 상각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특허권은 매년 240만원씩 정확히 정액상각되었다. 상각을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다. 개발비만 상각하지 않았다.
무형자산 개발비를 상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즉 개발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그 기간 내내 그 기술로 매출을 올렸다. 팔고 있는 기술이 아직 완성 전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금이 들어온 해에 자산이 늘었다
2019년 증자 5.5억과 재고 증가 4.93억, 2020년 차입 4.9억과 재고 증가 4.1억, 2021년 가수금 2.96억과 개발비 4.81억 — 6년 연속으로,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온 해에 그와 비슷한 규모가 자산으로 올라갔다.
순서를 읽으면 이렇게 된다. 자금을 받으려면 재무제표가 필요했고, 재무제표를 만들려면 자산과 이익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산을 만들었다. 재고와 개발비는 그 목적에 가장 편한 계정이다. 현금이 나가지 않고, 밖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상각하지 않으면 손익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조달한 자금과 그 해 늘어난 자산
같은 해에 들어온 자금과 자산으로 올린 금액
계약은 처음부터 적자였다
2024년 2월, 어느 대형 유통사의 점포별 발주서 18건이 23일 동안 발행되었다. 점포 한 곳당 1,261만원에 AI 화재감지 시스템의 장비·시공·시운전을 모두 제공하는 계약이다. 선금은 없고 전액 납품 후 익월 결제이므로 시공비는 회사가 먼저 부담한다.
설치가 끝나면 5년 유지보수가 따라온다. 이듬해 매출계획에 잡힌 이 거래처의 연간 유지보수 수입은 0.65억이다. 전국 50여 개 점포 기준으로 점포당 연 127만원, 월 10만 6천원이다.
5년을 더하면 설치비와 유지보수를 합쳐 5.75억이 들어온다. 같은 기간 사후관리 조직 12명의 인건비는 39억이다. 인건비 단가를 어떻게 바꾸어도 부호는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발주서에는 「2차」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1차가 있었다는 뜻이다. 적자 계약을 한 번 한 것이 아니라 되풀이했다.
기술은 60개, 제품은 없었다
2025년 4월 사내 기술평가표에는 8개 분야 60개 항목이 정리되어 있다. 여덟 달 전에는 수준이 기재된 항목이 17개였다. 기술 목록이 3.5배가 되는 동안 회사는 급여를 밀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프로젝트별 필요기술검토」에는 앞으로 할 프로젝트 15개가 적혀 있다. 완성도가 95%인 것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30~80%, 10%대에 머문 것도 있다. 이 15개를 끝내는 데 필요하다고 스스로 적은 금액이 25.1억, 인력이 63명이다. 그 한 달 전 부채현황에는 직원 급여 1.5개월 연체, 4대보험 3개월 연체가 적혀 있다.
같은 파일의 경쟁사 비교표에는 여섯 개 경쟁사의 매출이 182억부터 5조까지 적혀 있고, 맨 아래 자사 매출 칸만 비어 있다.
걷어내면 — 37.3억
재고자산과 개발비를 자산에서 걷어내고, 연도별 증가액을 그 해의 비용으로 되돌렸다. 그 밖의 계정은 손대지 않았다.
7년 동안 장부는 본전(누적 -1,593만원)이라고 말했고, 실제로는 37.3억을 잃었다. 2024년 말 자본잠식률은 보고 기준 19.9%, 수정 기준 481.6%다. 같은 회사의 같은 해 숫자다.
차입 구조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단기차입금은 2022년 9.7억에서 멈춘 뒤 3년 동안 1원도 늘지 않았다. 은행이 한도를 닫은 것이다. 그때부터 가수금이 5.5억 → 9.8억 → 16.6억으로 늘어난다. 회사가 빌리지 못하게 되자 개인이 메웠다. 마지막에는 연 36.5% 조건의 자금까지 들어와 있었다.
장부가 말한 것과 실제
7년 누계 당기순손익
되돌릴 수 있었던 다섯 지점
2018년 조정액 6,850만원은 한 해 이익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2019년 4.93억은 증자 직후라 자본이 견딜 수 있었다. 2020년 4.1억 때는 아직 부채비율이 74%였다. 2021년이 마지막 문이었다.
2021년이 가장 잔인한 해다. 매출이 18.9억으로 최고였고 순이익 1.08억을 냈다. 바로 그 해에 개발비 자산화가 시작되고 가수금이 처음 생겼다. 사람도 그 해에 가장 많이 늘었다 — 직원급여가 1.3억에서 4.6억으로 3.5배가 되었다.
매출이 최고인 해에 현금이 바닥났다. 고객이 늘 때마다 사람이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한계비용이 0이 아니라 선형이었다. 그러면 계약을 더 딸수록 더 빨리 죽는다.
결산서 두 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재무제표만 읽어서는 이 회사의 문제를 찾을 수 없다. 8년 내내 이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 여덟 가지는 결산서 두 장과 회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
1. 재무상태표의 재고자산과 손익계산서의 기초·기말 재고액이 일치하는가 — 불일치하면 그 재고는 손익계산에 들어간 적이 없다.
2. 재고·무형자산 증감액이 딱 떨어지는 숫자인가 — 0이 여러 개로 끝나는 증감액은 실사가 아니라 분개다.
3. 개발비를 자산으로 올리면서 상각하고 있는가 — 상각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았다」는 자백이다.
4. 같은 해에 경상연구개발비와 개발비 자산화가 함께 있는가 — 구분 기준을 설명하지 못하면 그 기준은 없다.
5. 외부 자금이 들어온 해와 자산이 늘어난 해가 겹치는가 — 6년 연속 겹치면 우연이 아니다.
6. 매출 중 연구과제·용역 비중이 얼마인가 — 50%를 넘으면 그 매출은 시장이 아니라 예산에서 나온다.
7. 개발한 기술 수 대비 매출이 발생한 기술 수 — 제품이 있는 회사와 과제를 수행한 회사를 가른다.
8. 고객사가 한 곳 늘 때 사후관리 인력이 몇 명 느는가 — 0에 가깝지 않으면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파는 중이다.
여덟 번째는 재무제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조직도 한 장이면 나온다. 가장 싸게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자, 이 회사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자리다.
맺으며
이 회사는 속일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과제를 받으려면 기술이 있어야 했고, 자금을 받으려면 재무제표가 있어야 했다. 한 해씩 메우다 보니 8년이 지나 있었고, 그 사이 되돌릴 수 있는 문이 다섯 번 열렸다 닫혔다.
문제는 아무도 그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부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가 더 생기면 안 된다 — VentureBook은 그 문장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가 적어 낸 숫자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재무자료의 진위는 대현회계법인이 원본과 대조해 확인하고, 그 위에서만 건전성 등급을 매긴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는다. 위의 여덟 가지는 그 절차의 첫 장이다.
본 자료는 공시자료를 분석한 연구 자료이며, 개별 기업의 재무 적정성에 대한 감사 의견이나 투자 권유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Korea Research Pitch · 1호 · 2026년 10월 2일 · (주)AIVISIONIN VentureBook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