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기·06 · 검토하는 쪽

분식은 어디에 숨는가 — 결산서에서 먼저 보는 일곱 자리

VentureBook Team(주)AIVISIONIN · 14분 분량

분식은 장부 전체에 고르게 흩어지지 않는다. 몇 개의 자리에 몰린다. 그 자리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그것이 밖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하나씩 본다.

앞 글에서 부실의 네 가지 형태를 보았다. 이 글은 그 부실을 감추는 쪽의 이야기다.

읽는 목적은 하나다 — 남의 결산서를 볼 때 어디를 먼저 열어야 하는지 아는 것. 수법을 설명하는 것은 그것 없이는 무엇을 보아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① 가지급금 — 대표가 빼간 자금

가지급금은 실제로 현금이 나갔는데 계정과목이나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임시로 자산에 얹어둔 금액이다. 임시라는 말이 핵심이다. 오래 남아 있으면 임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재무제표에 가지급금이나 선급금의 내용이 불명확하면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연장까지 거부한다. 그만큼 무겁게 보는 항목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대표자의 재무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시로 읽힌다.

분식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회사가 당기순이익을 무리하게 부풀리려고 비용을 빠뜨리거나 없는 매출을 잡으면, 장부상 이익과 실제 현금 사이에 구멍이 생긴다. 그 메우지 못한 금액이 결국 가지급금의 모습으로 남는다.

그래서 가지급금은 분식의 결과이자 증거다. 이익은 났다는데 현금은 없고, 그 차이가 자산 한 줄로 앉아 있는 것이다.

가지급금이 회사에 하는 일 — 다섯 가지

법인세가 는다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아도 연 4.6%의 인정이자를 받은 것으로 보아 법인의 이자수익으로 잡는다. 그만큼 법인세가 늘어난다
대표 개인의 세금이 는다
받지 않은 이자나 가지급금 자체가 대표이사의 소득으로 처분되어 소득세와 4대 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차입금 이자를 비용으로 못 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면, 가지급금 비율만큼 그 이자를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익금은 더해지고 손금은 부인되는 이중 불이익이다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재무제표상 부실자산으로 분류된다. 대출 심사, 외부 투자, 입찰에서 모두 불리해진다
세무조사와 형사 책임
과다한 가지급금은 세무당국의 표적이 된다. 오래 끌면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떻게 푸는가

배당, 급여, 감자 — 이 셋이 정공법이다. 회사 밖으로 나간 자금을 정당한 명목으로 정리하는 것이지, 장부에서 지우는 것이 아니다.

② 가수금 — 대표가 넣은 자금

가지급금의 반대다. 대표가 개인 자금을 회사에 넣어 막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신호다. 가수금이 쌓여 있다는 것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은행이 이미 이 회사를 한계기업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가수금이 회사에 하는 일 — 네 가지

재무구조가 나빠진다
회계상 가수금은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다. 쌓일수록 부채비율이 오르고 유동비율이 떨어진다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진다
나빠진 지표 때문에 신용평가등급이 내려간다. 대출·정책자금·외부 투자 모두 불리해진다. 막으려고 넣은 자금이 다음 조달을 막는다
세무조사 위험
과세관청은 출처가 불분명한 과다 가수금을 매출 누락이나 탈세 시도로 의심한다. 임의로 채무를 면제하면 주주에게 증여세가, 법인에는 채무면제이익으로 과세소득이 잡힌다
상속세 부담
대표가 사망하면 회사에 남은 가수금 채권이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 유가족에게 과도한 상속세가 넘어간다

어떻게 푸는가

출자전환하거나 현금으로 상환한다. 둘 중 하나다.

③ 재고자산 — 이익을 만드는 가장 흔한 자리

매출원가를 줄여 이익을 부풀리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왜 그런지는 공식 하나로 드러난다.

매출원가 = 기초재고 + 당기매입액 − 기말재고

기말재고를 부풀리면 매출원가가 줄고, 매출원가가 줄면 매출총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같이 오른다. 동시에 재무상태표의 자산과 자본총계도 커진다. 한 번의 손질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같이 좋아진다. 그래서 가장 많이 쓰인다.

재고를 부풀리는 세 가지 방식

수량과 단가 조작
존재하지 않는 재고를 허위로 올리거나, 단가를 실제보다 높게 매긴다
평가손실 회피
가치가 떨어진 재고(진부화 재고)에 대해 평가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반품·허위 거래
반품될 물건을 정상 매출로 잡거나 기말재고로 유지한다

이렇게 드러난다

재고를 볼 때 확인하는 세 가지

  • 매출은 그대로인데 재고만 늘었는가. 매출 성장률과 재고 증가율을 나란히 놓으면 바로 보인다
  • 출고 이력이 있는 재고인가. 특정 거래처와의 출고 기록을 짚어보면 실재 여부가 드러난다
  • 몇 해째 같은 자리에 있는 재고인가. 오래된 재고에 평가손실이 한 번도 안 잡혔다면 그것이 답이다

④ 연구개발비 — 비용을 자산으로 옮기기

연구개발 지출은 두 갈래로 간다. 비용으로 털면 그해 이익이 줄고, 자산(개발비)으로 잡으면 이익이 줄지 않는다. 나중에 나눠서 상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적이 부진한 회사는 자산 쪽으로 밀고 싶어진다. 아직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연구단계의 지출을 개발단계인 것처럼 돌려 무형자산으로 올리는 것 —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분식 유형이다. 과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 금융당국의 집중 감리를 받기도 했다.

세 가지 모습

비용의 자산화
연구단계 지출을 개발단계로 돌려 무형자산으로 과다 계상한다. 비용으로 갈 금액이 자산으로 가므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그만큼 부풀려진다
손상차손 미인식
개발이 사실상 실패했는데도 인정하면 큰 손실이 잡히므로, 실패를 숨기고 자산으로 계속 유지한다
빅배스 (Big Bath)
쌓아둔 개발비를 특정 분기나 연도에 한꺼번에 비용으로 털어 실적을 일부러 폭락시킨다. 전임 경영진에게 책임을 넘긴 뒤, 이듬해부터 비용 부담이 사라져 실적이 돌아선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이다

이렇게 드러난다

무형자산에 쌓인 개발비가 매출로 이어졌는지를 본다. 개발비는 몇 해째 늘어나는데 그 제품의 매출이 없다면, 그 자산은 언젠가 한꺼번에 털어야 할 적자다.

기술 회사라서 당연하다고 넘기면 안 되는 자리다. 미뤄둔 적자가 한 해에 몰려서 나온다.

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 좀비의 정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 미만이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이자보다 적다는 뜻이다.

이 상태가 3년 연속이면 금융권은 회생 가능성이 낮은 좀비기업으로 분류한다. 유동비율과 현금흐름 보상 능력이 함께 떨어져 있어서, 경기가 꺾이거나 금리가 오르면 연쇄 부실로 간다.

이게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7월 8일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평가데이터를 통해 2024년 기준 재무정보 확인이 가능한 법인 중소기업 약 11만 개를 조사한 결과가 이렇다.

구분비중무엇을 뜻하나
성장 위기39.3%3년 평균 매출증가율이 0 미만
재무 위기25.5%이자보상배율 1 미만
둘 다14.8%성장 위기와 재무 위기가 동시에

약 11만 개 중 절반가량인 5만 5천 개가 위기 징후를 보였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넷 중 하나다.

⑥ 투자자산 — 가치 없는 것을 우량하게

정상이라면 이렇다. 투자한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면 장부의 자산 가치를 깎고, 그것을 손상차손이나 평가손실로 처리해 당기순이익을 줄인다.

분식은 그 반대로 간다. 실제 가치가 거의 없는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장부에 고가로 유지하거나 평가이익을 만들어내 자산과 이익을 함께 부풀린다.

비상장주식 — 평가보고서를 받아내는 방식

비상장주식은 시장가격이 없어 외부평가기관의 가치평가를 거친다. 그 평가기관에 가짜 매출 전망이나 실현 불가능한 사업계획을 넘겨 수십에서 수백 배 부풀린 보고서를 받아낸다.

결과는 이렇다. 재무제표의 투자주식이 크게 늘어 재무 상태가 우량해 보이고, 허위 평가이익이 반영되어 당기순이익이 왜곡된다.

전환사채 — 부실 채권을 지우는 방식

거래처에서 받지 못하게 된 대여금이나 매출채권이 있으면 손실로 털어야 한다. 그것을 감추는 길이 있다.

유령 회사나 해외 부실 기업의 전환사채를 고가에 인수하고, 그 회사가 사채 대금으로 받은 돈을 다시 우리 회사에 갚게 만든다. 장부에서는 부실 채권이 정상 회수된 것으로 보이고, 그 자리에 가치 없는 전환사채가 우량한 투자자산으로 앉는다.

판별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 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완전자본잠식인데도 손상차손이 잡혀 있지 않다면, 그건 명백한 분식이다.

⑦ 부동산 — 안 깎고 버티기

보유한 토지나 건물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적어 재무 상태를 우량하게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과소 감가상각
건물과 구축물은 해마다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 자산의 수명을 일부러 길게 잡거나 상각률을 낮춰 비용을 적게 잡고 자산 가치를 높게 유지한다. 당기순이익이 그만큼 부풀려진다
부적정 재평가
K-IFRS 등에 따라 부동산을 공정가치로 재평가할 수 있다. 감정평가 과정을 손대거나 치우친 기준을 적용해 실제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은 재평가 차익을 반영한다
손상차손 미인식
상권이 무너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꺾여 실제 가치가 장부가보다 크게 떨어졌는데도, 가치 하락분을 비용으로 잡지 않고 방치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 착시 — 투자자와 채권자는 재무제표만 보고 자산 규모가 크고 건전하다고 믿는다
  • 은폐 — 실제로는 회수할 수 없거나 팔면 손실이 큰 부동산인데, 장부상 높은 가치로 자본잠식이나 부도 위험을 잠시 가린다
  • 차입 — 높은 자산 가치를 담보로 더 많이 빌리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낸다

일곱 자리를 한 줄로

자리무엇이 벌어지나무엇을 확인하나
가지급금이익과 현금의 차이가 자산으로 앉는다얼마나 오래 있었나 · 내용이 밝혀져 있나
가수금대표가 사재로 막고 있다은행이 이미 등을 돌렸나
재고자산기말재고를 부풀려 이익을 만든다매출 대비 증가 속도 · 출고 이력 · 평가손실
연구개발비비용을 자산으로 옮긴다그 개발이 매출로 이어졌나
이자보상배율본업으로 이자도 못 낸다3년 연속인가
투자자산가치 없는 것을 고가로 유지한다발행사가 자본잠식인데 손상이 없나
부동산안 깎고 버틴다감가상각률 · 재평가 근거 · 손상 인식

읽을 때 주의할 점

위의 어느 항목도 그 자체로 분식의 증거는 아니다. 가지급금이 있는 회사가 다 문제인 것도, 재고가 늘었다고 다 부풀린 것도 아니다. 사업의 사정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다만 어디를 열어보아야 하는지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다르다. 이 글의 쓸모는 거기까지다. 판단은 숫자를 열고 회사의 사정을 들은 뒤에 내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디쯤입니까.

재무를 검증하고 정상화하는 절차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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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는 일반적인 재무·경영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별 기업의 재무 적정성에 대한 감사 의견이나 투자 권유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알아두어야 할 것 · 06 · (주)AIVISIONIN Venture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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